계수나무 이야기/생각 나누기

[기사] “출판계 밥그릇 싸움 이제 그만”… 세력 재편 조짐

계수나무 출판사 2013. 6. 19. 11:23

“출판계 밥그릇 싸움 이제 그만”… 세력 재편 조짐

중소형 출판단체 속속 태동
사재기·제살깎기 할인 등 출혈경쟁 심각 대책 절실
기존 대형 단체 독식 맞서 중소출판인協 창립 잰걸음
동네서점 살리기 등 나서

이런 상황과 맞물려 출판계에 새로운 단체들이 속속 태동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출판계를 양분하고 있는 단체는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병두·이하 출협)와 한국출판인회의(회장 박은주). 두 단체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에 힘입어 출판 관련 단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예컨대 최근 1인출판협동조합이 발족한 데 이어 가칭 ‘한국중소출판인협의회(이하 중소출협)’가 창립을 서두르고 있다. 중소출협이 창립되면 종래 출협과 출판인회의에 이어 제3의 출판단체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중소출협은 다음달 4일 출판사 대표 200여명이 모여 발기인대회를 갖고, 한 달 이내에 창립대회를 갖는다. 벌써부터 기존 두 출판단체가 견제할 움직임까지 보인다고 중소출협 준비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발기인대회까지는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면서 “그간 대형 출판사들 사이에 끼여 우리의 목소리는커녕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해 제3의 단체를 만들기로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출협의 우선 목표는 동네서점 살리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판사 대표는 “서울과 지방 등에서 책방을 거의 볼 수가 없다”면서 “출판계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풀뿌리 격인 동네서점이 살아야 모두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사재기의 온상 격인 베스트셀러 발표 관행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출판사 대표는 “대형 출판사나 대형 서점에서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이른바 베스트셀러라는 게 객관적이고 공정성을 띠고 발표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사재기 파문도 베스트셀러를 진입시키기 위한 못된 술책을 쓰다 불거진 출판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출판 단체에서 발표하는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일부 책들은 거의 사재기 술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이런 현실을 독자들이 속속들이 안다면 기절초풍할 것”이라고 했다.

사상 유례없는 장기 경제불황 속에서 출판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책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출협이나 출판인회의 등 종래 출판단체들은 이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뒷짐 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출판사 대표들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들이 도시락을 들면서 ‘동네서점 살리기’ 세미나를 하고 있다.

 

 

일부 출판사들은 형편없는 싼값에 할인행사를 하는 등 제살 깎아 먹기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종래 출판 단체들에 쏠리는 비판론의 핵심은 “그들만의 ‘이너서클’을 만들어 정부와 사회단체에서 지원하는 혜택이나 지원금을 독식한다”는 것. 예컨대 서울국제도서전의 경우 대형 출판사들의 잔치이지 중소형 출판사들은 참여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출협 등에서는 정부 예산을 가져다 국제도서전을 주도하는 실정. 한 관계자는 “95%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4∼5%에 불과한 중대형 출판사들의 목소리만 횡행한 게 작금의 출판계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움직임에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그간 소외되었다고 주장하는 1인 및 소형 출판사들의 움직임은 이해할 만하다”면서 “출판계가 양서 출판과 독자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는 세력 재편이 절실한 상황이며, 양질의 도서 제작을 위해 건전한 출판단체로 성장하는 게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출처: 세계일보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