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나무 이야기/생각 나누기

[기사]학교도서관에서 입학사정관제 준비한다

계수나무 출판사 2010. 10. 15. 10:14

학교도서관에서 입학사정관제 준비한다

"독서동아리서 생각 키우고 진로 정했죠"
서울 영신고 독서모임 `YA動클럽` 학생들 책 읽고 찬반토론 통해 소통ㆍ논리적사고 키워

서울 영신고의 독서토론 동아리인 '야동클럽'은 도서관 활용의 대표적 모범 사례다. 이은혜 사서교사와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이 클럽은 점심시간이나 방과후시간 등 교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독서토론을 하는 모임이다.

야동클럽이란 '야(YA: Young Adult)+동(動)'이란 의미로 책을 가지고 왁자지껄 수다를 떠는 청소년들의 모임을 뜻한다. 보통 5~7명의 학생들이 한 조를 이룬다. 현재 이 클럽에는 8개의 조가 운영 중이다.

야동클럽 소속 학생들은 저마다 도서관에서 꿈과 진로를 찾고 인생을 설계해 나가고 있다.

유수정 양(고2)은 사회에 관심이 많다. 1학년 때 이 학교로 전학온 뒤 맨 처음 한 일은 독서모임을 찾는 것이었다. 마침 야동클럽 모집공고를 보게 됐고 유양은 주저없이 문을 두드렸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또래 친구들과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자체가 무척 행복했다.

그가 요즘 주로 읽는 책은 인문ㆍ사회과학 서적들이다. 그는 최근 김규항 씨가 쓴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라는 책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 유양은 "경쟁 위주의 우리나라 교육을 비판하고 새로운 교육적 대안을 내놓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때 유양은 사회과학이나 심리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종일 군(고2)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읽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책을 읽기 전까지 그에게 아프리카 사람들의 가난은 단순한 기아현상에 불과했다. 나군은 "책을 통해 아프리카의 정치적 상황과 식민외교사를 상세하게 알게 되면서 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져 왔다"고 했다.

이 책은 그가 외교관에 대한 꿈을 갖게 된 발판이 됐다. 외교관이 되려면 무엇보다 소통능력이 중요하다. 나군은 소통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독서토론을 적극 활용했다. 그는 "7명으로 구성된 토론조도 결국 하나의 공동체이고, 토론을 하다 보면 의견이 분분해질 때가 있다. 평소 같으면 쉽게 다수결로 매듭을 졌겠지만 지금은 대화를 나눠보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독서토론 경험이 거듭될수록 생각과 소통의 폭은 깊어진다.

유성은 양(고2)은 어렸을 때부터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좋았다. 촌철살인의 논객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이 단단해야 한다. 생각의 힘을 키우기 위해 유양이 선택한 것이 책을 통한 토론이다.

그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담은 2개의 책을 정해서 읽고 찬반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토론조를 운영했다. 유양은 "양쪽 의견을 들어본 뒤 하나의 의견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민주적 소통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유양은 최근 지구별 토론대회에서 금상을 탔다.

■ 독서토론, 입학사정관제 면접때 큰 도움

도서관은 입학사정관제에서 가장 중요한 적성ㆍ진로 찾기를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곳이다.

신진자동차고는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에게 '꿈을 키우는 작은 씨앗'이라는 제목의 자아탐색노트를 나눠준다. 1학년 노트에는 월별로 읽어야 할 책들과 과제가 있다. 주로 자신의 진로나 적성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내용들이다.

입학사정관 전형 자기소개서 문항을 살펴보면 대부분 지원동기나 진학 후 학업계획을 묻는다.

서울대는 학창시절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묻기도 한다. 이때 자신이 읽었던 책들이나 대출기록을 살펴보면서 지원 대학에 맞는 책을 언급해 주면 좋다.

김수진 신진자동차고 사서교사는 "가령 제빵사가 되고픈 학생에게는 제빵의 명장 김영모 씨가 쓴 서적을 추천해 주는 식으로 다양한 직업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책을 적극 활용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소설 속 등장인물을 통한 직업 이해가 가장 쉽고 빠르다고 했다.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읽고 미술복원사라는 직업을 생각해볼 수 있고 '공중그네'라는 소설은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조명한다.

학교 도서관 내 활동을 통해 다양한 교내 활동이력을 만들 수 있다.

영신고 야동클럽의 경우 토론조마다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서 1학년 때부터 활동기록을 남긴다. 이는 학창시절 추억이 될 뿐만 아니라 훗날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지원할 때 기록들을 인쇄해서 포트폴리오로 제출해도 된다.

독서토론 모임은 다양한 교외 활동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야동클럽 소속 최선혜 양(고2)은 최근 탈북청소년학교 학생들과 문화교류 모임을 가졌다.

최양은 "최근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책을 읽으면서 재일조선인이 소수자로 겪는 아픔이 기억에 남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 탈북청소년들과 직접 대화를 하고 서로 이해하는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독서토론 경험은 입학사정관제의 토론ㆍ심층면접 단계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현숙 영등포여고 국어 교사는 "입학사정관제는 토론과 면접 비중이 높기 때문에 말하기와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 독서토론을 통해 평소 꾸준히 실력을 기른 학생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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