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출판연구소는 3일 프레스센터 19층에서 '한국 출판산업의 위기 극복 방안을 위한 포럼'을 열었다. © 독서신문 | |
[독서신문] 황정은 기자 = 각계 출판 관계자들이 한국의 출판산업 위기 극복을 모색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한국출판연구소가 3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출판산업의 위기 극복 방안' 포럼을 연 것.
이날 포럼에는 고중언 그레파트너스 파트너 컨설턴트와 김종수 출판유통진흥원 회장의 발제가 있은 후 김현주 국회의장실 정책수석비서관과 김은희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산업과 사무관, 최병식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 유재건 그린비출판사 대표, 한주리 서일대학 교수 등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고중언 컨설턴트는 ‘한국 출판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출판업계가 자체적으로 경영혁신을 시도하고 전략적인 마케팅 수행을 통해 수출강화 전략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종수 회장은 출판유통과 관련해 유통거래문제로 위탁배본과 중복주문, 중복인쇄, 반품률 증가 등을 꼽았으며 출판계 전체적으로 도서유통개념이 재정립 돼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출판인의 역량과 정부 지원의 진정성이다. 업계와 정부 모두 무엇이 사심이고 진실인지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한국출판, 기회가 왔다
이날 많은 참석자들이 현 출판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를 논한 가운데 가장 큰 화두는 지금은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유재건 그린비출판사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왜 우리는 늘 한국출판위기에 대해 논해야 하나. ‘한국출판 기회가 왔다’ 이런 주제로 포럼이 열렸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김현주 비서관도 “유재건 대표와 같이 ‘기회’를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면 더 의미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급격한 변환기에 있는 기회를 출판계에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 ‘read’의 의미, 텍스트에서 콘텐츠로
이처럼 현 출판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여긴 토론자들은 대부분 ‘읽는다’의 의미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종이책’을 읽는다는 개념에서 더 나아가 영상메시지를 읽고, 더 크게는 콘텐츠를 읽는다는 개념으로 가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주 비서관은 “읽는다는 것을 종이책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영상메시지를 읽는 거라고 확대해서 보면 좋겠다”며 “이것은 모두다 콘텐츠다. 기본적으로 종이책에 한정하면 위기라는 개념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다”고 언급했다.
■ 옵셋인쇄 → POD 인쇄
이날 포럼에서 출판인들이 모두 공감한 것은 옵셋인쇄(offset-printing)에서 POD(Print on Demand·주문형 인쇄)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옵셋인쇄란 일반적으로 출판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으로 다량 인쇄시 비용이 저렴하지만 인쇄판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고 큰 기계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높아 소량인쇄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POD인쇄는 고속레이저 프린터로 출력하는 방식으로 소량다품종 인쇄에 적합하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많이 찍어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다량 인쇄의 경우는 오히려 옵셋인쇄가 더 저렴할 수 있다.
유재건 그린비 대표는 POD인쇄가 시행되면 도서정가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우리 출판계가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중심으로 할인을 하고 있는데 종수가 많아지면 미판매 재고문제가 심각한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옷과 같은 상품의 경우 일명 ‘땡 처리’를 통해 재정원가를 회수하기 쉽지만 책은 한번 독자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한 경우 다시 독자들이 찾기 힘들다는 것이 유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수요를 미리 예측할 필요가 없는 POD 방식으로 간다면 도서정가제가 출판계에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출판물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추구되는 재화이기 때문에 POD 인쇄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늘 있었지만 이것을 많이 채택하지 않는 것은 출판사들이 POD인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쉽지 않고 그렇게 할 경우 가격적인 면에서 각 출판단체들의 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POD 인쇄 방식을 사용했을 경우 책의 마진률과 출판사에서 원하는 가격이 POD회사에서 원하는 공급가와 잘 맞아떨어지는지 등에 대한 문제가 있지만 출판계 전체는 궁극적으로 POD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데 공감을 두고 있었다.
■ 디지털콘텐츠 유통지원기구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 많이 나온 또 하나 의견은 지금은 생산자가 곧 소비자가 되는 ‘프로슈머’의 시대라는 것이다. 김현주 비서관은 이것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 인터넷 문화이며 독자들이 직접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여기서 검증된 것들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는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러한 양상은 현 출판계가 점차 전자출판으로 그 무게중심이 기울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으며 부정적으로는 온라인 문화와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이 독서인구를 감소시키고 출판산업을 양극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출판연구소는 연구결과를 담은 발제문을 통해 급변하는 미래 환경에 다각적인 대응을 하는 ‘디지털 출판 콘텐츠 유통지원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의 확장과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출판업계 공동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대응기구가 필요하다는 뜻에서다.
지난 달 16일 열린 ‘도서정가제’의 정책방안에 대한 토론회에서 김성룡 교보문고 대표가 “책은 유통방식에 따라 그 판매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재화이기 때문에 각 유통 거점들이 건강하게 살아남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듯 책의 유통문제는 그동안 출판사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씨름해온 문제다.
이날 연구자료에 따르면 유통지원기구는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수용가능성을 확대하고 출판 산업과 관련 산업의 경영합리화를 꾀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전자책 시장을 주도하는 선점자를 배제하며 전자책 시장으로 인해 변화되는 상황에 출판업 관계자들로 하여금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포럼은 많은 출판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출판시장의 현재를 파악하고 여러 가지 대안과 해결방안이 제시됐으나 한편으로는 ‘출판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주제로 열린 만큼 그 범위가 방대해 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제는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말하고 싶다는 출판인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 이번 포럼에서 더 나아가 앞으로 출판계는 어떤 모습으로 대응할 지 그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chloe@readersnews.com
출처 : 2009/12/04 [11:07] 독서신문 기사 / 홈페이지 : www2.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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