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나무 이야기/생각 나누기

[알림]도서 선정과 심사위원의 자질

계수나무 출판사 2007. 11. 10. 17:51

기관이나 단체에서 좋은 책을 선정하여 '추천도서'라는 이름으로 목록을 만들어 낸다.
요즘 들어 그런 일이 부쩍 늘었다.
어린이책의 경우, 그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도 생겼을 정도다.
의미가 있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독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어떤 과정으로,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런 일을 하는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굳이 알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신력이 문제다. 어떤 기준에서 선정했는지, 심사위원은 누군지,
심사위원 자격은 어떠한지...등등이 불투명하다. 흔쾌하지 못하다.

늘상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붙박이이다.
사기업체나, 소규모 단체나, 알 듯 모를 듯 이름을 붙여서
목록집을 만드는 개인들도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서 이런 일을 한다.
제작은 물론이고, 우편 발송료까지 계산한다면 고액이 필요하다.
그런데 목록집 한 권을 건네 받은 사람들이 그런 것까지 알 리 없다.
정선된 도서 목록집인지, 상업적 의도가 깔린 목록집인지는 더더욱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서, 만들어진 도서목록이라면 그 값을 해야 한다.

심사위원이라면, 숨어 있는 양서를 발견하여 빛을 보게 하는 역할까지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전문가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그 수준을 기대하는 게 욕심일까?

그래서 아는 목록을 정리해 놓은 정도로 만들어진 도서목록을 보고 만족해야 한다면

거기에 투자된 비용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성인물인 경우에는 출판사 도서목록 외엔 다른 목록이 없다.
성인은 스스로 보고 판단해서 책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린이책이다.
어린이책 출판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고 하니,
그 과도한 경쟁 행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아동물이라서 쉽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도서 선정위원의 자질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는 실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식 산업 부문에서는 그 사람의 능력과 기본 소양이 더 문제가 된다.
몇 회 어디어디 강의를 다녔는가보다는, 강사의 강연 내용과 전달 방법이 훌륭하면 청중은
그 강의에 매료된다.
어느 단체에서 얼마나 일한 것이 분명 훈장과는 다를 터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든든한 훈장으로 과대 포장되기도 하며,

또 당사자들은 버거울 수도 있는 막중한 역할을 쉽게도 맡아서 자기 수준의 잣대를

마구 휘두른다.  

그런 사람이 어린이책을 심사하여, 우리나라 어린이책을 한 색깔로

몰아간다.

 

모 기관에서 도서 선정을 하는 선정위원이라는 사람이
"관계"라는 그림책을 "강아지똥"과 같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내용 이해까지는 거론할 필요도 없이, 어디 이 책을 제대로 보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사람이 심사위원 자리에 앉아 있다.

강아지똥이라는 책은 좋은 책으로 많이 알려진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새싹이 나면, 다 강아지똥이라는 고정된 사고로 창의적 어린이책을

이야기하다니!

눈 코 입이 달렸으면 다 사람이라고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개도 원숭이도 소도 돼지도 모두 눈 코 입이 달렸는데, 말이다.

그런 몇몇 인사들이 이 사회 한 분야를 좌지우지한다.
정말이지, 그런 안목의 사람을 받들고 살아가는 부류가 있는 이 사회가
정말이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