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나무 이야기/생각 나누기

[기사]영어교육만큼 우리말과 글쓰기 교육 시켜야

계수나무 출판사 2007. 10. 15. 09:17
영어교육만큼 우리말과 글쓰기 교육 시켜야
[신문로]영어교육만큼 우리말과 글쓰기 교육 시켜야
2007-10-12 오후 3:02:46 게재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우리처럼 50대에 들어선 세대들은 어릴 때 국어교육을 받았지만,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지금도 글쓰기가 어딘가 서툴러 자신이 없다. 산골 출신인 나는 초등학교 때 주변에 만화책은 물론 읽을거리가 없어 글 읽기와는 거리가 먼 시절을 보냈다. 일기장을 쓰라는 숙제는 왜 그리 성가시던지. 방학 때면 밀린 일기를 몰아서 쓰고는 했는데 일기 쓰는 법도 몰라 주로 그날 한 일을 간단히 기록하는 정도였다.
요즈음 영어교육이 거의 광풍 수준이다. 열심히 영어교육을 하는 것은 좋으나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영어교육 만큼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는데 정성을 쏟지는 않고 있다. 대학 입시에 논술이 생기고부터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말과 글쓰기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과는 좀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영국유학 시절에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유심히 영어공부를 어떻게 시키는가를 관찰했다. 또한 아내가 초등학교에서 도우미(helper)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선생님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는 지 가까이서 본 점을 이야기해 주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책 읽게 해
먼저, 초등학교 교실에는 아이들 수준에 맞도록 100~200권의 이야기책이 교실 뒤 작은 책꽂이에 꽂혀 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읽기 능력에 맞추어 매일 혹은 2~3일에 1권씩 들려 보냈다. 부모는 공책에 자기 아이가 언제 무슨 책을 읽었는가를 기록하면서 아이의 책읽기 능력을 살펴볼 수 있다. 초등학교 1~2학년 때는 12~20쪽 분량의 책 한 쪽에 큰 그림과 한 문장 혹은 서너 문장이 있는 이야기책을 매일 읽도록 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아이의 책읽기 능력이 향상되어 책을 읽는 속도와 양이 크게 늘어나고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로 꽤 깊숙이 들어가는 독서를 할 수 있게 된다. 따로 영어 교과서가 없이 학교에서는 다양한 교재를 사용하여 읽기, 말하기, 쓰기를 동시에 가르친다. 학교에는 아이들의 성장에 맞추어 그 수준에 맞는 각종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갖추어져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면 다양한 분야의 매우 많은 책을 읽고 소화하게 되었다.
영어 쓰기교육은 간단한 과제를 내되 자기 생각을 써 오게 하는 식으로 시작되었다. 문장을 무조건 베끼는 식의 숙제는 없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글쓰기가 그야말로 철자법도 틀리고 말도 되지 않는 식이었으나, 선생님은 아이들을 탓하지 않고 차분하게 칭찬해 주면서도 잘못된 점을 아이들이 위축되지 않게 고쳐주었다.
초등학교 4학년쯤 되자, 선생님이 철자법, 대문자와 소문자의 구분, 쉼표와 마침표 찍는 법, 공책을 쓰는 법, 글씨체 등을 꼼꼼하게 보면서 고쳐 주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간단한 단답형 문제가 아니라 책을 읽거나 어떤 문제를 조사하여 자기 나름대로 정리해 오는 식이었다. 선생님은 글씨를 예쁘게, 틀림없이 쓰고 정확한 표현을 가르치는데 힘을 쏟았다. 학생들이 쓴 글에는 표현이 잘못되었거나 철자법이 틀린 곳, 쉼표나 마침표가 잘못된 곳에는 여지없이 빨간 글씨로 수정이 되어 있었다.
어느 직장에서나 매우 중요하게 요구되는 능력이 문서작성능력이다. 우리 말로 정확하고 간결하게 뜻을 나타낼 수 있는 문서작성능력은 결국 글쓰기 능력이다. 우리 국어교육에서 글쓰기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가르쳐왔는가를 되돌아보자. 선생님들조차도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적절한 글쓰기 과제를 내 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써 온 글쓰기에 대해서도 제대로 확인하고 수정해 주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독후감 잘못된 부분 꼭 수정
제 나라 말과 글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서 영어를 더 열심히 가르치는 나라는 없다. 한문을 읽고 쓰는데 통달했으면서도 우리말과 글을 언문으로 천대하면서 우리글을 쓰지 않았던 조선시대가 떠오른다. 영어를 배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고 가르치자는 것이다. 마치 영국이나 미국에서 자기나라 아이들에게 영어 일기, 글쓰기를 가르치듯이.


 

내일신문 2007.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