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신이 소유하거나 다룰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생명체에 대단한 애착을 가진다. 그래서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나 애완 동물을 무척 아끼고 사랑한다. 이런 애정은 동물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서, 식목일에 새로 심은 나무나 학급에서 돌보는 꽃밭에도 정성을 쏟으면서 보살핀다. 그러다가 갑자기 강아지가 죽거나, 나무나 꽃이 말라 버리면 또 그만큼 크게 실망하고 허전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기억은 그 사건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상처가 되어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으로 남기도 하고, 때로는 생명의 소중함과 사랑하는 마음을 가르쳐 주는 교훈이 되기도 한다.
계수나무의 새 그림책 『호두』는 아주 소중한 나무와 이별하게 되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생애 첫 이별. 주인공 유다는 처음에 무척 힘들어하며 괴로워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고 받아들인다. 나무를 잃음으로써 얻게 되는 더 큰 기쁨과 행복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 유다나무와 할머니
유다네 마당에는 유다의 이름을 따서 부르는 호두나무가 있다. 이 ‘유다나무’는 아주 특별하다. 이 나무에는 유다의 건강을 기원하는 엄마와 아빠의 소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무는 외동아들인 유다와 함께 자라고 같이 놀아준 형제이자 친구다. 그래서 유다에게는 더욱 소중한 존재다.
유다나무에 처음으로 맺힌 열매가 땅에 떨어진 날, 아빠는 유다에게 놀라운 소식을 전한다. ‘할머니를 위해서’ 나무를 베어야 한다고. 앞으로 함께 살게 될 할머니의 방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고 말이다. 유다는 ‘같이 살아요’라고 서슴없이 말할 정도로 할머니를 무척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러나 막상 ‘할머니 때문에’ 나무를 없애야 한다니 혼란스러웠다. 울컥 화도 났다.
◈ 가족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나무를 베어야 하나, 아니면 할머니와 헤어져야 하나, 유다는 난감하다. 그런데 유다에게 할머니가 먼저 말을 건낸다. ‘시골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구나.’ 손자의 소중한 나무를 자르는 것이 마음에 걸린 할머니는 유다를 위해서 양보하기로 한 것이다. 그 때, 유다는 그 말 속에 담긴 할머니의 사랑을 느꼈다. 유다 역시 나무를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할머니의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유다는 아빠에게 나무를 자르자고 말한다. 유다나무를 베는 것이 가슴 아프지만, 할머니는 나무보다 더 소중한 분이고, 할머니와 함께 사는 것이 가족에게는 더 큰 기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잘린 유다나무를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낸다. 유다네 좁은 마당 대신에 넓고 살기 좋은 장소에 유다나무의 씨앗을 심어 주기로.
◈ 호두나무에서 열매로 이어지는 생명의 법칙
이 작품에 등장하는 호두나무의 삶을 보면 사람의 인생과 닮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은 부모의 몸을 통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다. 그리고 제 몫을 하며 살다가, 그 다음 자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물려주고 생을 마친다. 호두나무 역시 마찬가지다. 강가에 있던 큰 나무에서 떨어진 씨앗이 유다네 마당에서 뿌리를 내렸다. 그렇게 자란 유다나무는 또 열매를 맺고, 그 씨앗은 유다의 손에 의해 유다나무의 엄마가 있는 강가에 심어진다. 이렇게 세대를 거듭하면서 생명이 이어진다. 이것은 모두에게 해당하는 대자연의 법칙이다.
어린이들에게 삶이나 죽음, 인생과 같은 주제는 설명하기 힘든 어려운 이야기다. 그러나 이 유다와 유다나무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할머니 - 엄마 - 나로 이어지는 커다란 생명의 고리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될 것이다.
◈ 『호두』의 줄거리
유다네 집 마당에는 호두나무가 한 그루 있다. 엄마가 유다를 가졌을 무렵, 강가에서 주워 온 호두를 마당에 던져 두었는데, 거기서 싹이 나서 나무로 자란 것이다. 엄마와 아빠는 딱딱한 씨앗을 뚫고 나오는 호두나무처럼 유다도 건강하기를 바라며 이 나무를 소중히 보살폈다. 세월이 흘러 유다도 나무도 씩씩하게 자랐다. 처음으로 나무에 열매가 열리고, 유다는 그 열매가 익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어느 날, 시골에 사시는 할머니가 오셨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혼자 계시는 할머니를 걱정하며 함께 살자고 한다. 그러나 할머니가 쓰실 방이 없어서, 방을 만들려면 마당에 있는 유다나무를 베어야만 한다. 할머니와 같이 살고 싶지만, 유다나무를 베는 것도 싫은 유다는 한참을 생각하여 좋은 방법을 찾아 낸다. 나무가 마음껏 가지를 펼치고 자라도록 넓고 살기 좋은 강가에 유다나무의 씨앗을 심어 주는 것이다. 마침내 나무는 잘리고, 할머니와 유다는 강가에 가서 씨앗을 심는다. 그 자리는 바로 유다의 엄마와 아빠가 아직 씨앗이었던 유다나무를 가져 온 곳이었다.
◈ 작가 소개
- 아베 하지메
일본 군마 현 다데바야시에서 태어났다. 구와자와 디자인 연구소를 졸업한 뒤 신문사에 입사하면서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시작했다. 『아지랑이』,『전학생은 우주인』 외에도 여러 작품을 발표하였다. 『호두』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흑백의 간결한 그림이 이야기의 잔잔한 감동을 돋보이게 한다.
- 위정현
서울에서 태어났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많은 책을 만들었다. 『아동문학평론』에 동화 「달님이 보고 있어」가 당선, 「누리네 새 집」, 「난닝구 100빵구」, 「똥돼지 마을」 등의 동화를 발표하였다. 어린이는 희망이고, 좋은 책은 좋은 음식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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