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완전 도서정가제 수립을”
한국출판계가 단단히 뿔이 났다.
동네 서점은 연일 망해 나가고 1년에 책 한 권 못 내는 출판사들이 전체의 90%가 넘어가는데도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7월 출범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초대 원장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출판계는 1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정부의 출판 파탄정책과 낙하산 인사를 규탄하는 대규모 콘서트를 열었다. 고영은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개회사에서 “올해가 ‘국민독서의 해’라면서 정부가 배정한 관련 예산은 국민 1인당 10원뿐(5억원)”이라며 “이것이 문화대국이라는 대한민국 정부의 출판정책이고 우리나라 출판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출판업계 종사자들이 1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정부의 출판 파탄정책과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초대 원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규탄하는 콘서트를 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그는 “모든 콘텐츠의 출발점이자 창의력의 원천인 책을 왜 이렇게 홀대하는지 조목조목 따지고 출판인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콘서트엔 가수 YB와 뜨거운감자, 바이올리니스트 손수경씨 등이 참여해 공연을 펼쳤다.
출판계는 동아일보 출신 이재호 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임명에 반발해 지난 7월 ‘출판문화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1인 시위 등을 벌이고 있다.
1999년부터 출판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설립을 준비해 왔는데 정부가 출판인들의 오랜 염원을 짓밟고 특정 학교(고려대), 보수언론 출신의 비전문가를 초대 원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이다.
출판업계의 불황은 각종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중소형 서점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2012 한국서점편람’을 보면 2011년 말 국내 순수 서점(겸업 제외) 수는 1752개로 2003년 2477개 이후 해마다 줄고 있다. 8년간 동네 서점의 30%가량이 문을 닫은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1 콘텐츠산업통계’에서도 출판 도소매업 중 오프라인의 매출액은 2005년 7조6269억원에서 2010년 7조3325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온라인 출판유통업 매출액은 같은 기간 1367억원에서 1조3093억원으로 10배가량 성장했다.
등록된 출판사 수는 2007년 2만9977개에서 2010년 3만5626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2010년에 등록된 출판사의 92.6%인 3만3003개사가 한 해 책을 한 권도 출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의 대표적인 원인으론 2003년 도입된 도서정가제가 지목된다. 현행 정가제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경품 고시까지 더해 최대 19%의 할인율을 보장해 사실상 ‘도서할인제’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출판계는 과도한 할인경쟁으로 가격 거품이 심해지고 중소 서점들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고영은 회장은 “문화선진국은 낙하산이나 말만으로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낙하산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완전 도서정가제 법제화, 출판진흥기금 5000억원 조성 등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는 출판산업의 회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경향신문 2012.09.11. 이서화 기자 tingc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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