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가는 길이 가까워졌습니다.
터널이 생기고 동쪽으로 새 길이 열린 덕분입니다.
지난 겨울에는 한 시간이 조금 넘는 길을 달려 인제까지 도서관에 다니곤 했지요.
길이 편안해진 올해부터 저는 30분 만에 양양의 도서관에 도착합니다.
양양 도서관장님께 인제군 주민이지만 거리가 가까운 양양의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다는 소원을 말씀드려 흔쾌히 수락을 받았습니다.
인제군과 양양군의 경계가 진정으로 행정상의 경계였음이 실감되어
마음이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아이 셋과 저는 도서관에 갑니다.
한 사람 앞에 세 권씩, 열두 권의 책을 가방에 꽉 차게 넣어 오는 날도 있습니다.
못다 읽은 책들이 늘어나면 딱 한 권을 빌려 오기도 합니다.
제가 선택한 도서관의 책들은 제게 잠시 머물고는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저는 그들을 소유하느라 책장을 넓히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가볍습니다.
쌀과 개 사료, 부식거리를 사러 다니던 외출에 ‘도서관’ 이 들어서니
제 삶이 무척 업그레이드된 기분이 들어 흐뭇합니다.
중학교 졸업반인 세 아이에게
제가 ‘도서관을 이용하는 엄마’ 로 보이는 것 또한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물론 저 스스로 도서관에 다니게 된 모습은 말할 수 없이 대견하고요.
책들은 제게 정중하고 성실하고 차분하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하, 저도 그렇습니다, 저도 그랬답니다.’ 라는 공감은
제 마음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외로움의 때를 우수수 털어내 줍니다.
‘이런 일도 세상에 있구나, 이렇게 생각해도, 이렇게 해 보아도 참 좋겠다.’ 라며
저를 넓고 환한 세상으로 이끌어 줍니다.
‘큰 사람들의 큰마음, 따뜻함, 희망 혹은 열정’을 만나
세파에 잠시 움츠러들고 쪼그라졌던 제 마음이 고무되기도 합니다.
산골의 겨울을 사노라면 ‘사람’이 무척 그립습니다.
무작정 ‘사람’을 기다리며 애태웠던 시간의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그 소잔의 세월을 딛고 ‘사람’을 만나러 갑니다.
조침령, 그 마술의 터널을 지나면 도서관으로 가는 길이 열려 있고
그곳에는 시공을 넘나드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늘도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랜 기다림으로 인해 이미 기도가 된 당신,
마음 길 열릴 때까지 저를 기다려 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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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 설피마을 홈페이지 운영 이하영
산골이 좋아 십수 년 전부터 강원도 인제 ‘설피마을’에 정착해 글을 쓰고 세쌍둥이를 키우는 이하영 님은 펜션 ‘세쌍둥이네 풀꽃세상’과 설피마을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자연과 동화된 삶을 꾸리고 있으며 국내관광활성화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화관광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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