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규 글 | 윤문영 그림
가로 177mm × 세로 236mm | 양장 | 86쪽 | 계수나무 출판사
ISBN 978-89-89654-38-4 | 정가 9,500원
대 상 : 초등 3학년 이상
첫사랑! - 어린이 문학으로 만나다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이 찾아와 가슴 깊숙이 울림을 남기고 사라진다. 어린 시절에도 사랑은 찾아온다. 풋사랑일까, 첫사랑일까. 이루지 못한 안타까움 때문에 더욱 애틋하고, 설렘과 은근함 속에서 피어나는 소년과 소녀의 아름다운 감정들이 이 책 ‘돌’ 속에 녹아 있다. 인스턴트식 만남에 익숙해진 요즘 어린이들에게 ‘만남’의 소중함과 ‘사랑’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기획 시리즈
‘만나고 싶은 작가, 한국 어린이 문학’ 시리즈의 수록 작품은 문학적으로 인정받은, 그래서 오랫동안 어린이들에게 읽혀질 중ㆍ단편을 중심으로 선정한다. 한 작가의 대표작이면서, 작가 스스로도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어린이 문학의 힘을 해외에도 알릴 수 있는 계기로 삼으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글 뒤에는 평론가의 작품 해설을 수록하고, 작가의 인생 철학이나 인간미에 대해 다른 작가들의 눈을 빌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 첫 작품이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장이며 ‘시와 동화’ 발행인인 강정규 작가의 ‘돌’이다. ‘돌’은 강정규 작가의 처녀작이면서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 중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잡지에 실렸던 이 한 편의 동화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이 작품이 발표된 지 33년 만에 ‘돌’ 속의 소녀 이미지를 되살려 낸 그림 작가는 윤문영이다. 강 작가가, 그림 속의 소녀를 보면서 가슴까지 먹먹했다고 극찬했을 만큼 그림 또한 아름답다. 글쓴이와 화가가 동시대를 살아온 경험 때문인지, 두 작가의 호흡이 맞아 떨어짐을 느낄 수 있다. 9월 5일부터 30일까지 삼청동 소재 ‘그림책 갤러리 i(아이)’에서 윤문영 작가의 ‘그림책 원화 전시회’가 열린다.
첫사랑의 대상은 끊임없이 뭔가 해 주고 싶은 존재이다. ‘돌’의 소년은 가난 속에서 추위에 떠는 소녀에게 목도리와 장갑을 주려 한다. 소녀가 이를 거절하자, 소년은 목도리와 장갑을 끼지 않음으로써 소녀의 고통을 함께 느끼려 한다. 그리고 매일 한 개의 돌을 따뜻하게 달구어 소녀에게 준다. 소년은 흔하디흔하고 아무 쓸모 없어 보이는 돌을 달구어 소녀에게 건네주면서 자신의 마음도 담아 보낸다. 소녀 역시 매일 아침마다 돌을 받으면서 소년의 훈훈한 마음을 받아들이고, 직접 나무를 깎아 팽이를 만들어 준다. 서로 드러내 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돌’과 ‘팽이’ 속에는 서로를 생각해 주는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다.
첫사랑이 떠나간다. 가난에 쫓겨 소녀는 멀리 남의 집으로 보내지게 된다. 소녀는 돌을 쥐고 울고 있다. 그 모습을 보는 소년은 애써 슬픔을 삭이지만, 결국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다. 그 동안 주고받았던 돌들은 고스란히 바구니에 쌓여 있다. 그 돌들은 이미 식었지만, 소년과 소녀의 가슴 속에는 영원히 식지 않는 첫사랑의 증표로 그 무게만큼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도 첫사랑이 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도 다 알고, 마음에 들면 좋아한다는 표현도 서슴없이 한다. 그러다가도 ‘좋아함’의 대상이 금방 바뀌기도 한다. 마음 졸이며 누군가를 정말로 좋아하는 감정, 첫사랑. 그 사랑 때문에 행복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첫사랑의 감정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시대의 변화 속에서 표현 방법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 환경이나 의식, 가치의 변화로 요즘 아이들이 소년과 소녀의 그 순수한 마음을 공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글을 읽으면서 만남과 사랑, 그로 인한 관계가 어떻게 맺어지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내용 요약
전쟁을 피해 황해도 옹진에서 피난 온 가족이 있었다. 소년은 그 집의 소녀에게 마음을 둔다. 하지만 소녀의 주위만 맴돌 뿐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한다. 겨울의 바깥놀이를 좋아하던 소년이지만, 올해에는 맵추운 겨울이 걱정이 된다. 얇은 치마저고리만 입은 소녀를 보면서 소년은 가슴만 아플 뿐이다. 어느 날, 친구들이 말똥이나 소똥으로 돌을 달구는 모습을 본 소년은, 소녀를 위해 돌멩이를 굽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년과 소녀는 매일 아침마다 만난다. 소년은 따뜻한 돌을 건네주고, 소녀는 돌을 볼에 대어 보며 추위를 녹인다.
그런데 소녀가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남의 집으로 보내지게 된다. 소식을 들은 소년은 단숨에 소녀를 찾아간다. 소녀는 어두운 방 안에서 돌을 쥐고 소리 없이 울고 있다. 책상 위 바구니 속에는 소년이 구워 준 돌들이 담겨 있다. 소년은 소녀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집을 나선다. 눈이 쏟아지는 들판을 소년은 울면서 뛰고 또 뛴다. 눈물이 흐르듯 눈은 계속 내린다.